※주의. 이 포스팅에는 스포가 이 포스팅은 줄거리&결말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 없이 많은 생각에, 조바심에 머리가 복잡하여 영화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공포, 액션, 애니, SF 어떤 것을 보려던 찰나 눈에 띈 제목이 있었으니,
바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어떤 장르인 줄은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으나, 지금 복잡하게 얽힌 내 심정을 실타래처럼 한 올 한 올 풀어줄 영화는 이 보다 나으리라 없으리라 생각하고 바로 시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몸을 먹어주면, 그 사람 속에서 영혼이 살 수 있다더라"
영화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한 소녀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세상과 단절하여 책에 살고 있는 히키코모리와 같은 소년이 우연히 병원에서 '공병 문고'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한 구절이 생각나는 장면. 단 둘이 여행을 떠나는 남주와 여주. 이 장면이 나올 때까지 두 주인공은 통성명을 하지 않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남주인공의 이름을 밝힐 찰나, 한 줄기 빛과 함께 이름은 기차 소리에 묻히게 됩니다.
"산다는 건? 마음을 나누는 일, 함께하고.. 좋아하고..."
병문안 온 남주가 여주와 카드게임을 하고 벌칙으로 걸린 여주에게 묻습니다.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산다는 건, 마음을 나누고, 함께하고, 좋아하고... 시한부 인생에겐 이 보다 더 중요한 산다는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을 떠나, 산다는 정의를 크게 과장하거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된 삶에 지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힐링이 될 만한 영화.
죽을 운명에 남은 생을 즐겁게 살아가고자 하는 여주, 살고는 있지만 죽은 생을 살아가는 남주. 정반대의 만남 시한부 삶이라는 주제의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클리쉐를 벗어나지는 못한 듯했습니다.
단, 두 주인공의 잔잔하게 흘러가는 에피소드, '봄'과 '여름'의 활기찬 영상미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주며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저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기엔 더없이 부족함이 없던 영화였습니다.
누구나 결국엔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있다면 결국엔 그 사람도 생을 마감하게 될 테고, 저 또한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고 생을 마감할 순간이 오게 될 것입니다.(그렇고 너무 비관론자는 아닙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고 계신지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나의 부속품 같은 삶을 살고, 부자에겐 부러움을 느끼며 정작 자신의 삶은 어떤지 잊고 살고 계시진 않으실는지요?
이상, 8월에 태어나 공유하고 싶은 남자, August Jun이었습니다.